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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모습

중세 유럽의 마녀재판과 현대 SNS의 마녀사냥

1. 중세의 마녀재판: 두려움과 미신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의 중세 유럽에서, 마녀재판은 두려움, 미신, 교회 권위의 결합에서 비롯되었다.

중세 유럽의 마녀재판과 현대 SNS의 마녀사냥 모습

많은 여성특히 노인이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근거 없는 범죄로 고발되었다. 폭풍을 일으킨다거나, 젖소가 젖을 내지 않게 한다거나, 아이를 저주했다는 등의 혐의였다. 이러한 재판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고문을 통해 얻은 자백이나 신뢰할 수 없는 증언에 의존했다. 교회와 세속 권력은 함께 협력하여 마녀의 망치와 같은 문서를 통해 박해를 정당화했다. 이 같은 재판은 인도주의와 이성의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예를 들어 독일, 프랑스, 영국, 그리고 신대륙의 세일럼 등에서 수만 명이 근거 없는 의심으로 처형되었고, 이 중 대다수는 여성들이었다. 때로는 단순히 이웃과의 갈등이나 질투로 인한 사적 감정이 고발의 계기가 되었다. 또한 마녀로 몰린 이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수단조차 없었고, 고문과 공포 속에서 허위 자백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는 공포가 이성을 지배했을 때 사회 전체가 얼마나 쉽게 광기에 빠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남성 역시 마녀재판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이단이나 정치적 반대자, 고위 성직자 중에서도 의심을 받은 경우 고문을 피할 수 없었다. 성별을 불문하고, 권력과 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누구든 악마와 결탁한 자로 낙인찍혔다.

 

2. 현대의 SNS와 디지털 마녀사냥

오늘날, 법체계는 정비되어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마녀사냥이 나타났다. 바로 SNS를 통한 분노와 공개 비난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레딧 등 플랫폼을 통해 개인은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순식간에 고발되고 처벌받는다. 흔히 취소 컬처(cancel culture)’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과거 마녀재판의 심리와 닮았다. 집단 분노, 증거 없는 판단, 법적 절차 바깥의 처벌이 그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마녀사냥은 연예인, 정치인, 일반 시민 등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으며, 몇 분 만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도 한다. 무심코 올린 댓글 하나, 수년 전의 발언 등이 맥락 없이 왜곡되어 비난의 불씨가 되고, 한 개인의 삶 전체가 파괴된다. 사생활 침해, 협박, 직장 해고 등 다양한 2차 피해도 발생하며, 피해자는 사회적 사망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온라인 공간이 단순한 소통의 장을 넘어 실질적인 재판장이 되어버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언론과 SNS의 상호작용은 이 현상을 더욱 확대한다. 인터넷에서의 논란은 곧 기사화되며, 포털 메인에 노출된 기사들은 더 많은 사람의 분노를 유도한다. 결국 해당 인물은 공적인 이미지를 상실하고, 비난 이후 다시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리거나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디지털 시대의 단죄는 일시적이지 않으며, 반복 검색과 기록의 저장으로 영구적 낙인이 되어버리곤 한다.

 

3. 구조적 유사성: 과거와 현재

역사적 박해와 현대의 디지털 마녀사냥은 구조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지닌다. 두려움, 비인간화, 검증 없는 판단이 그것이다. 중세에는 악마와 이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사회적 부정의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 두 경우 모두에서 사회는 공공의 적을 만들고, 그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 본성 중 '타인을 배척하며 집단 소속감을 강화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며, 기술 발전으로 그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다수의 감정이 결합하면, 이성적 판단은 마비되고 '정의''정서적 만족'으로 대체된다. SNS좋아요리트윗은 단순한 클릭이 아니라, 사회적 낙인을 의미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검열을 하며, 표현의 자유마저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실명 기반의 발언이 점점 늘어나면서, 비판의 무게는 더욱 커졌다. 예전처럼 익명 속에서 숨는 것이 아니라, 실존 인물의 이름과 얼굴, 직장까지 함께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는 단순한 견해차에도 극심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의 실수는 단지 비난을 넘어서 그 사람의 정체성전체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4. 역사적 교훈: 우리가 배워야 할 것

마녀재판은 두려움과 소문이 사람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 기술의 발달로 오류가 증폭될 위험은 더 커졌지만, 동시에 더 나은 기회도 존재한다. 교육과 비판적 사고, 책임 있는 디지털 언행을 통해 우리는 현대의 마녀사냥을 멈출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며, 말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전에, 사실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고, 감정보다 논리를 우선해야 한다. 성숙한 사회는 법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윤리 의식을 함께 기르는 사회다. 하나의 목소리가 수천 명의 분노에 묻히는 순간, 자유와 정의는 동시에 사라진다. 역사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정의를 망각하는 순간, 다시 어둠 속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더해, 우리는 디지털 시민교육과 플랫폼 차원의 윤리 정책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 단지 사용자만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정보 유통의 구조를 설계하는 기술 기업과 공공 기관 역시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한다. 개인과 집단, 그리고 시스템이 함께 성숙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현대판 마녀사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타인을 단순히 판단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공감과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완벽하지 않은 인간 존재에 대한 관용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정의의 모습이다